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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그리고 생물학

마지막 유전체 퍼즐의 완성: Y 염색체

by 프들이 2023.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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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0년 전인 2003년에 인류사에 기념비적인 연구 결과 발표가 있었습니다. 바로 인간유전체계획의 완성 발표였는데 생물학 분야에 종사하는 입장에서는 이제까지 깜깜한 어둠 속에서 손전등 하나 들고 잃어버린 물건을 찾고 있다가 갑자기 나침반과 지도가 주어지고 태양이 떠오른 것과 같은 상황에 비유할 만큼 대단한 발전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초안 발표 시에는 인간 유전체의 반복서열이라고 하는 당시의 기술로서는 해독하기 불가능한 영역들이 많이 있었는데 이후 이어진 Telomere-to-Telomere 프로젝트에서 하나씩 빈칸을 채워가다가 이번 8월에 드디어 마지막 남은 염색체인 Y 염색체에 대한 완전한 서열을 발표 (제목: The complete sequence of a human Y chromosome)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현재 사용하고 있는 가장 최신 버전의 유전체 서열 GRCh38-Y와 비교하였을 때 서열 길이는 9.1% 증가하였고 이전의 빈칸으로 남겨놓았던 서열 30,812,366 bp 가 모두 채워졌습니다. 이로 인해 기존에 알던 유전자의 개수가 589개에서 693개로 17.7% 증가하였으며 특히 단백질을 코딩하는 유전자 수는 66개에서 106개로 60.6% 증가하였습니다. 특히 Ampliconinc gene이라고 하는 매우 서열이 유사하지만 염색체상에 여러 개 존재하는 유전자들이 대폭증가하였는데 가장 많은 개수의 증가를 보인 것은 TSPY 유전자로 이전 25개에서 66개로 증가되어 보고되었습니다.

 

Genomeweb 기사에 따르면 서면 인터뷰에서 논문의 교신 저자인 아담 필리피 박사는 이제 Y 염색체를 기반으로 한 연구의 첫 발을 뗄 수 있게 되었다고 평하면서 정자를 만드는데 관여하고 있는 TSPY 유전자의 배열에 대해서 사람마다 이 유전자의 복제수가 10개에서 40개 정도 존재하는데 이것이 정자생산과정에서 유전자의 발현을 증가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것 같다고 말하였습니다.

 

이번 Nature에 같이 제출된 또 다른 논문 (제목: Assembly of 43 human Y chromosomes reveals extensive complexity and variation)에서 교신저자인 찰스 리 박사는 43명의 유럽인 Y 염색체를 비교하였는데 이를 통해 183,000년의 인류 진화를 다시 되돌아볼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비록 유럽인의 염색체이지만 절반 이상이 아프리카인의 Y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리고 또 Yq12 지역은 특히나 이질적인 서열블록으로 DYZ1과 DYZ2 유전자는 매우 다양한 조성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그 비율은 1:1로 유지가 되고 있음을 관찰하였고 아직은 모르지만 어떤 중요한 기능이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미 예전 연구에서 Y 염색체 손실에 따라 발행하는 방광암이나 면역관문억제제의 치료 반응성 등이 이번 연구를 통해서 보다 근본적인 어떤 유전자에 의한 영향인지도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는 전망을 덧붙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또 이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는 연구자의 한 명으로 이번 발표를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였는데요 끝없는 호기심으로 작지만 매우 강력한 성을 결정하는 염색체의 가장 어려운 서열을 해독해 낸 집념과 또 그와 더불어 여러 유전자의 의미에 대해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생물학과 의학 발전에 큰 도움이 되겠구나 하고 평가해 봅니다.

 

추가로 미국 NHGRI 에서 제공하는 Y 염색체에 대한 인포그래픽을 연결합니다.

https://www.genome.gov/about-genomics/fact-sheets/Y-Chromosome-fa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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